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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뉴스레터] 조직문화 뉴스레터 3호

  • 4월 27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28일



왜를 알고 일하라


시키는 대로 하는 것과, 생각하면서 하는 것 사이에서


회사에는 묘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분명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어떤 날은 일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고,

 어떤 날은 제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이 듭니다.

 열심히는 했는데 남는 것은 피로감뿐이고,

 분명 지시받은 대로 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늘 어딘가 어긋나 있습니다.

어쩌면 그럴 때 빠져 있는 것은 능력보다도, 노력보다도,

 조금 더 앞에 놓여 있어야 할 한 가지일지 모릅니다.


왜.


 우리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요.



장면 1.



흔한 직장인의 뫼비우스의 띠



“시키는 대로 좀 해.”



그래서 시키는 대로 합니다.

그러면 이런 말이 돌아옵니다.

 “생각 좀 하면서 해.”

그래서 생각해서 합니다.

 그러면 또 이런 말이 들립니다.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시킨 것만 하라니까.”


비슷한 장면은 또 있습니다.

“모르면 물어보라고.”

 그래서 묻습니다.

 그러면 “넌 아직도 그걸 모르냐”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그다음부터는 묻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또 “왜 가만히 있었냐”는 말을 듣게 됩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 뫼비우스의 띠를 지나봤을 것입니다.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해서 했더니 생각이 없다고 하고,

 생각해서 했더니 왜 마음대로 했냐고 합니다.

 물어보라 해서 물었더니 눈치 없다고 하고,

 묻지 않았더니 왜 확인하지 않았냐고 합니다.


이 반복은 단순히 말투의 문제가 아닐지 모릅니다.

 무엇을 하라는 지시와, 어떻게 하라는 기대 사이에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바로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맥락과 목적입니다.


시키는 대로 한다는 것은 대개 무엇을 할 것인가(What)의 차원입니다.

 생각하면서 일한다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How)를 고민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작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Why)가 빠져 있으면,

 사람은 방향 없이 움직이게 됩니다.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도, 어디까지 판단해도 되는지도,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워집니다.

질문을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기준을 전달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 문제는 “왜 그렇게 했어요?”가 아니라

 “왜를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있습니다.



장면 2.



같은 공부를 해도 결과가 달라진 이유



2014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줍니다.


한 그룹에게는 “나중에 시험을 볼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이 내용을 다른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그룹 모두 같은 글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누구도 가르치지 않았고,

 결국 두 그룹 모두 시험을 봤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르쳐야 한다”고 들은 그룹이 내용을 더 잘 기억했고,

 핵심을 더 잘 이해했으며,

 배운 내용을 더 잘 조직해서 떠올렸습니다.

같은 내용을 읽었는데도 무엇이 달랐을까요.


바로 목적의식입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읽는 것과,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읽는 것은

 같은 학습이 아닙니다.

 앞의 학습이 ‘통과’를 향한다면, 뒤의 학습은 ‘이해와 활용’을 향합니다.

 무엇을 외울까보다, 어떻게 이해해야 설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이 자료 오늘까지 주세요.”

 라는 말만 들었을 때와,

 “이 자료는 다음 논의의 기준이 되고, 이 판단이 이후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라는 맥락을 함께 들었을 때,

 사람이 그 일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집니다.


당장 주어진 과제는 같아 보여도,

 그 과제가 어디에 쓰이고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는 순간

 일은 단순한 처리에서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왜를 아는 사람은 덜 흔들린다



우리는 종종 회사의 Why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 같은 말은

 왠지 홈페이지 첫 장이나 타운홀 미팅에서만 등장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Why는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왜 필요한가.

 이 숫자는 누구를 위해 중요한가.

 이 프로젝트는 무엇을 바꾸기 위해 시작되었는가.

 우리 팀은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 일을 맡고 있는가.

회사의 가치관, 업무의 방향성, 목표 설정은 모두 Why와 연결됩니다.


 거창한 문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맥락 위에 놓여 있는지 아는 일입니다.

그 맥락이 보이면 사람은 덜 흔들립니다.

 지시가 조금 달라져도 중심을 잃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무엇을 먼저 판단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질문도 더 선명해집니다.

 무작정 묻는 대신,

 일의 목적과 방향 안에서 필요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Why는

 일을 억지로 버티게 하는 힘이 아니라,

 일을 조금 더 납득 가능하게 만드는 힘에 가깝습니다.




회사의 Why, 나의 Why


맥킨지 조사에서는 이 Why의 인식에 큰 간극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경영진은 자신의 일과 조직의 목적이 잘 정렬되어 있다고 느끼는 반면,

 일선 직원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경영진 85%, 일선 직원 15%.

 이 숫자는 단순한 만족도 차이라기보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Why가 얼마나 다르게 경험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회사는 회사입니다.

 회사와 나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삶 전체가 회사로만 채워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서의 시간이 내 삶과 무관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하루의 적지 않은 시간을 일하며 보내고,

 회사에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는가는

 내 삶의 질과 성장에 분명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왜 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맡은 이 일은 무엇에 기여하고 있을까.

 이 일은 회사의 존재 이유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을까.


정해진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던져 보는 일 자체가 중요합니다.

 Why는 누군가가 위에서 멋지게 설명해 준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함께 설명하고,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다시 해석할 때

조금씩 선명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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