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ESG뉴스레터] 조직문화 뉴스레터 4호

  • 5월 22일
  • 4분 분량



C에게 보내는 편지

"중간에 낀 당신을 응원하며"


C님께.


조직에는 늘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에서는 “빨리”를 말하고,



아래에서는 “지금도 벅차다”를 말할 때,

그 사이에서 먼저 한숨을 쉬는 사람들.

성과가 나면 “우리 팀이 잘했다”는 말 속에 묻히고,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호출되는 사람들.


대개 그 자리에 중간관리자가 있습니다.

중간관리자라는 말에는 늘 묘한 기운이 따라붙습니다.

있으면 답답한 것 같고, 없으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고,

필요한 것 같다가도 비효율의 상징처럼 보일 때가 있는 존재.

특히 AI 이야기가 본격화된 뒤로는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더 자주 따라붙습니다.


한동안 조직의 이상향이 “수평적이고, 빠르고,

유연한 조직”으로 그려졌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요.

중간관리자는 사라져야 할 존재일까요.

아니면 이제 다시 정의되어야 할 존재일까요.


장면 1. “이걸 지금 다 하라고요?”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위에서는 말합니다.

“이거 중요하니까 바로 추진하죠. 내일까지 그림 나와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말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벅찹니다. 우선순위부터 다시 정해야 하지 않나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중간관리자는 미묘하게 웃습니다.

속으로는 이미 오늘 일정이 아니라 오늘 밤 일정이 바뀌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전략 회의에서는 “가능합니다”를 말하고,

팀 회의에 내려와서는 “우선순위를 다시 봅시다”를 말하고,

밤에는 혼자 남아 “그럼 이걸 도대체 어떻게 맞추지”를 생각합니다.



윗선의 압박과 실무자의 반발 사이에서 양쪽의 불만을 모두 감내하는 샌드위치 현상,

아마 많은 조직에서 가장 익숙한 중간관리자의 풍경일 겁니다.



장면 2. 누구에게도 딱 맞지 않는 온도

중간관리자의 자리는 가끔 그 에어컨 리모컨 같습니다.

누구에게도 완벽히 칭찬받기 어렵고,

누구에게나 불만이 조금씩 모이는 자리.

위에 맞추면 아래가 답답해하고,

아래에 맞추면 위에서는 장악력이 없다고 하고,

결국 적당한 온도를 찾느라 하루가 갑니다.


이 장면이 웃기면서도 씁쓸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중간관리자의 일이란 종종 “정답을 내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대치와 감정, 속도 차이를 견딜 만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간관리자는 조직에서 가장 많이 보이면서도,

정작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역할이 되곤 합니다.

문제 해결자라기보다 온도 조절자,

지시자가 아니라 완충재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 채널십O야 'N'PD



그래서,

중간은 더 자주 비효율처럼 보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AI가 보고도 정리하고 일정도 잡고 품질도 점검해 주는데,

굳이 중간관리자가 계속 필요할까?


AI가 업무에 깊숙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중간관리자를 둘러싼 무용론이

다시 득세를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누엘 호프만 팀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개발자 50,032명과 240만 건이 넘는 활동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Github Copilot 도입 이후 코딩 활동 비중은 5% 늘고

프로젝트 관리 활동 비중은 10% 줄었습니다.

업무 관점에서 보면 “중간의 관리”는 가장 먼저 비효율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Gartner도 비슷한 방향을 전망합니다.

2026년까지 기업의 20%가 AI를 활용해 조직 구조를 더 수평화하고,

현재 중간관리자 직위의 절반 이상을 제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Meta, Amazon, Microsoft, Google 같은 기업들이 실제로 관리 계층을 줄이며

더 평평한 조직이 더 빠르다”는 방향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도 이 흐름을 강화합니다.

2024년 말 기준 미국 기업의 중간관리직 채용공고가 2022년 대비 42% 감소했다는 점도

같은 분위기를 보여 줍니다.


즉 질문은 충분히 현실적입니다.

조직 구조를 납작하게 만드는 대평탄화 The Great Flattening의 시대,

정말로 중간관리자는 필요 없는 시대가 오는 걸까요.



Meta에서는 마크 저커버그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학습한 3D AI Clone을 통해

CEO의 판단과 메시지가 다수 구성원에게 직접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축소하려 한다.



그런데 없애 보니 비로소 드러나는 역할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AI를 이유로 감원했던 기업들이 생각보다 빨리 일부 역할을 다시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HR 설문에서는 AI를 이유로 감원했던 기업의 68.3%가 이미 일부 역할을

재고용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예상보다 더 많은 인간의 통찰과 감독이 필요했고,

핵심 기술과 맥락 지식이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없애 보고 나서야, 원래 무엇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한 셈입니다.

그 역할은 대개 문서에 잘 적히지 않습니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는지,

어떤 말은 공식 회의보다 비공식 대화에서 먼저 풀어야 하는지,

지금 이 팀이 실제로 버틸 수 있는 속도가 어디까지인지,

어느 팀원은 더 구체적인 지시가 필요하고,

어느 팀원은 자율성을 줘야 더 잘 움직이는지.

이런 것들은 조직도를 보면 잘 안 보이지만,

조직이 실제로 굴러가는 데는 생각보다 크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단순히 “위의 전략을 아래에 전달하는 일”로만 정의하면

늘 모자랍니다. 전략은 말로 내려오지만, 실행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간관리자의 더 정확한 이름은 전달자보다 번역자에 가깝습니다.

Quy Huy는 오래 전에 “중간 관리자들을 찬양하며 In Praise of Middle Manages”

(Harvard Business Review, 2001년 9월호)라는 글에서

중간관리자의 핵심 기여를 네 가지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즉 중간관리자의 가치는 단지 중간에 끼어 있다는 데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층위를 연결한다는 데 있습니다.





두 개의 돌을 굴리는 사람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 조직은 빅테크처럼 “관리만 하는 관리자”가 많은 구조와는 다소 다릅니다.

예컨대 브랜치의 Sales Unit 팀장을 떠올려 봐도, 대부분은 관리만 하지 않습니다.

자기 업무는 자기 업무대로 하고, 관리는 관리대로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조직의 중간관리자들은

한 개의 돌이 아니라 두 개의 돌을 동시에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에 가깝습니다.

하나는 본인 실무의 돌이고,

다른 하나는 팀 운영과 조율의 돌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오히려 필요한 질문은

이중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덜어 줄 것인가”에 더 가깝습니다.

빅테크의 수평화 논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보다,

실무와 관리가 한 몸처럼 얽혀 있는 우리 현실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지점에서 AI나 M365는 중간관리자를 대체하는 도구라기보다

오히려 중간관리자를 본래 역할로 되돌려 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회의 정리, 보고 초안, 일정 조율, 자료 취합, 반복 공지 같은 일은

AI와 M365가 꽤 잘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시간은 어디에 써야 할까요.

사람을 이해하는 일,

모호한 지시를 풀어 주는 일,

팀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조절하는 일,

신입을 성장시키고 갈등을 완충하는 일,

즉 AI가 덜 잘하는 쪽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도 남는 것”



C님,

중간관리자는 때로

윗선의 기대와 아래의 현실 사이에서

두 개의 돌을 동시에 밀어 올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병목처럼 보이고,

어떤 날에는 마지막 완충재처럼 보입니다.

아마 둘 다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겁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찬반이 아니라

재정의일지 모릅니다.


줄일 것인가, 남길 것인가보다

무엇을 AI에 넘기고,

무엇은 사람에게 남기고,

무엇을 더 잘하게 도울 것인가.

AI가 관리 사무를 덜어줄수록,

사람과 맥락을 연결하는 역할의 가치는

오히려 더 또렷해질 테니까요.



 
 
 

댓글 1개


게스트
5월 28일

실감나는 글, 재미나기도 한 글, 유익하게 읽힌 글, 오늘의 나를 한반 다시 돌아보게 한 글, 그래서 참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아요

TC/루키 커뮤니티

TC 활동 공유 및 자유로운 소통 공간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