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조직문화 뉴스레터 6호
- 3일 전
- 3분 분량
C에게 보내는 편지
"잘 안 된 일을 설명하는 두 문장에 대하여"
C님께,
최근에 잘 안 된 일 하나를 떠올려 보시겠어요.
기획안이 반려됐거나, 준비한 프로그램의 반응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거나, 공들인 일이 중간에 엎어졌거나요.
그 결과를 알게 된 순간에 속으로 어떤 말을 하셨는지도요.
아마 긴 문장은 아니었을 겁니다.

저는 한동안 그런 말이 그냥 지나가는 혼잣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기분이 안 좋아서 잠깐 떠오른 생각이고, 다음 날이면 사라지는 말이라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걸 눈치챘습니다.
속으로 "역시 안 돼" 라고 말한 일에는 다시 손이 잘 가지 않더군요.
"나는 원래 약해" 라고 이름 붙인 일 앞에서는 도움을 구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닫혔고요.
혼잣말이 다음 주에 제가 할 일을 미리 정해두고 있었던 겁니다.
장면 1. 같은 실패, 두 개의 문장
파일럿 프로그램 결과가 목표에 못 미쳤다고 해보겠습니다.
회의실에서 두 사람이 각각 이렇게 말합니다.

같은 결과입니다. 같은 회의실이고, 같은 실패입니다.
그런데 두 문장이 남기는 게 전혀 다릅니다.
앞의 문장에는 세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것,
이 한 번이 아니라 신규 기획 전체가 문제라는 것,
고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팀 자체가 문제라는 것.
뒤의 문장은 다릅니다.
전부 다음 주에 손댈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제목을 바꿔볼 수 있고,
발송 시간을 조정해볼 수 있고, 학부모가 실제로 읽는 표현으로 다시 써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낙관성을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겪은 일을 자기 자신에게 설명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비관적인 설명은 나쁜 일을 더 오래가고, 더 넓게 퍼져 있고, 더 나 자신의 탓인 것처럼 해석합니다.
낙관적인 설명은 같은 일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일시적이고, 수정 가능한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긍정적인 사람은 실패를 못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패를 다시 해볼 만한 크기로 줄여서 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건 힘든 걸 힘들지 않다고 말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군가 어렵게 "요즘 좀 힘듭니다"라고 했을 때 "그래도 좋게 생각해요"가 돌아오면,
그 말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더 말하지 말라는 신호로 닿기도 합니다.
긍정은 문제를 덮는 게 아니라, 문제를 다시 다룰 수 있는 크기로 줄여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장면 2. 밝게 그리기만 해서는
그렇다고 좋은 결과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연초에 목표를 크게 써 붙이고 다 같이 사진을 찍은 적이 있을 겁니다. 그날은 기분이 좋습니다.
올해는 정말 달라질 것 같고요.

그런데 3월쯤 되면 그 종이를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뉴욕대 심리학자 가브리엘레 외팅겐은 긍정적 상상만으로는 오히려 실행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원하는 미래를 그리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장면이 주는 만족감이 실행에 써야 할 힘을 미리 써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가 제안한 건 상상을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는 걸 그린 다음, 곧바로 그걸 막을 장애물 하나를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바깥 사정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반복되는 것으로요.
그 한 줄이 들어가는 순간 계획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기대만 있던 문장에 행동이 생깁니다.
혼자보다 같이
저도 문장을 바꿔보려고 했습니다.
며칠 해봤습니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모두가 원인을 찾고 있을 때 혼자
“이번엔 다르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게 생각보다 어색하더군요.
괜히 낙천적인 사람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러웠고, 몇 번 꺼내 보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러다 숫자 하나를 봤습니다.
갤럽 조사에서 한국 직장인 중 "일에 몰입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3.8%였습니다.
[참고: 전 세계 직원 몰입도 평균 20%]
140개국 중 105위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든 생각은 "역시 다들 힘들구나"가 아니었습니다.
건 개인의 마음가짐으로 설명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도 "노력하면 다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지원과 전략과 피드백이 있을 때, 사람은 다시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 셋이 없는 상태에서 마음가짐만 요구하면 긍정은 응원이 아니라 부담이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문화를 바꿀 때 한 일도 구호가 아니었습니다.
상대평가를 없앴고, 평가 항목에 "동료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서로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방금 그건 고정 마인드셋 회의였나요, 성장 마인드셋 회의였나요?"
한 사람이 다르게 말하면 낙천적인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팀이 다르게 물으면, 그건 일하는 방식이 됩니다.
5분짜리 다시 쓰기 세 가지
이번 주에는 문장 하나만 고쳐보면 어떨까요. 전부 5분 이내입니다.
첫째, '아직' 한 단어 붙이기.
"나는 이걸 못해"를 "나는 아직 이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로 바꿔 적습니다.
한 단어 차이지만, 뒤 문장에는 다음에 할 일이 남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익히면 되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어려우면 작게 나누면 됩니다.
둘째, 장애물 하나와 선택지 셋.
이번 주에 해내고 싶은 일 하나를 적고, 옆에 그걸 막을 장애물 하나를 씁니다.
"시간이 없어서"보다 "초안을 완벽하게 쓰려다 시작을 늦춘다"가 낫습니다.
그다음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지 세 개를 적습니다.
세 번째는 억지로 채워도 괜찮습니다.
억지로 쓴 세 번째가 의외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되는 날이 있습니다.

셋째, "누가"를 "어디서"로.
회고할 때 "누가 놓쳤나요" 대신 "어디에서 정보가 끊겼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질문이 사람을 향하면 우리는 방어하고, 질문이 과정으로 향하면 고칠 수 있습니다.
C님,
이번 편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힘든 일을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일을 조금 덜 영구적으로, 조금 덜 전면적으로,
조금 덜 나 자신의 탓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설명은 혼자보다 같이할 때 훨씬 쉬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잘 안 되는 일은 또 생길 겁니다. 문장이 안 고쳐지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런 날은 그냥 두셔도 됩니다.
문장은 한 번에 바뀌지 않고, 우리는 자주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니까요.
다만 이번 주에 잘 안 된 일이 하나 생긴다면, 한 번만 다르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역시" 말고, "이번엔"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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