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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조직문화 뉴스레터 7호

2일 전
3분 분량

C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일인데 다르게 하는 사람에 대하여"

 

C님께,


지금 맡고 계신 일 중에, 작년과 올해가 거의 똑같은 일이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같은 주기로 돌아오고, 같은 양식에 쓰고, 결재선도 그대로인 일이요.

저에게도 그런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그 일이 어떤 해에는 그렇게 지겨웠는데, 어떤 해에는 별로 지겹지 않았습니다. 

업무량이 줄어서도 아니었고, 위에서 뭘 바꿔줘서도 아니었습니다. 일은 똑같았습니다.

한참 뒤에야 차이를 알았습니다. 

안 지겨웠던 해에는 제가 그 일에 아주 작은 걸 하나씩 덧붙이고 있었더군요. 양식을 조금 고쳐본다든가, 결과를 받아보는 사람에게 한 번 물어본다든가 하는 것들을요. 시킨 사람은 없었습니다.

 


장면 1. 직무기술서에 없는 것들

같은 팀에서 같은 업무를 맡은 세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1년 뒤에 세 사람의 일은 꽤 달라져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매년 하던 자료에 표 하나를 새로 넣었습니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그걸 보는 사람이 늘 물어보던 내용이었거든요.

두 번째 사람은 자료를 넘기기 전에 옆 팀 담당자에게 5분씩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그 담당자와 다른 일까지 같이하게 됐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매달 하는 정리 업무"라고 부르던 일을 어느 순간부터 "현장이 판단할 때 쓰는 자료"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하는 일은 같은데, 만들 때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조직심리학자 에이미 브제스니예프스키는 이걸 잡 크래프팅이라고 불렀고,

국립국어원은 '자발적 직무 설계'라는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사람은 주어진 직무를 그대로 수행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조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을 조금씩 다시 만든다는 겁니다.

방향은 세 가지였습니다.

하는 일을 바꾸거나, 그 일로 만나는 사람을 바꾸거나, 그 일을 부르는 이름을 바꾸거나.

다만 이건 알아서 더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간을 더 쓰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앞의 세 사람이 한 일은 업무를 늘린 게 아니라,

이미 하고 있던 일에서 자기가 손댈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에 가깝습니다.

 


장면 2. 도착 지점이 없다는 사람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씨의 인터뷰를 읽다가 멈칫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 목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거든요."

죽을 때까지 과학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래서 이미 어느 정도는 목표를 이룬 셈이라고요. 

사명감이 대단하다는 말에는, 자기는 순전히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말이 오래 남은 이유는, 흔히 듣는 "일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조언과 순서가 반대여서였습니다. 

대단한 의미를 먼저 정해놓고 일에 붙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손대고 싶은 지점에서 출발해 그게 어디에 닿는지를 나중에 확인하는 쪽이었거든요.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도 비슷합니다. 

51개 표본, 12,567명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자기효능감이나 희망 같은 심리적 자원은 직무만족, 조직몰입, 실제 성과 모두와 관련을 보였습니다. 

눈여겨볼 건 이 자원들이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개발될 수 있는 것으로 다뤄진다는 점입니다.

재미는 운 좋게 발견하는 게 아니라,

손댈 수 있는 곳에 손을 대다가 생기는 쪽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혼자보다 같이

저도 혼자 해보다가 그만뒀습니다

일을 다시 설계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하다 보니 이게 그냥 혼잣말이더군요. 

제가 그 일을 뭐라고 부르든, 회의에서는 여전히 "그 정리 건"이었으니까요.


캐럴 드웩의 조사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정 마인드셋 조직에서는 "소수의 스타 직원만 높이 평가받는다"는 응답이 흔했고, 

그렇게 답한 사람들은 회사가 자기 편이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성장 마인드셋 조직의 구성원은 동료를 신뢰할 만하다고 답할 확률이 47% 높았습니다. 

일을 다시 설계할 여지는 신뢰에서 나옵니다. 뭘 조금 바꿔봐도 괜찮다는 감각이 없으면,

아무도 양식에 표 하나를 더 넣지 않습니다.

그래서 팀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서로의 일이 어디에 닿았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고마워요"는 기분을 좋게 하지만 정보가 없습니다.

 "어제 회의에서 쟁점을 정리해줘서 결정이 빨라졌어요"는 다릅니다. 

내가 한 일이 어디에 어떻게 닿았는지를 알려줍니다. 

자기 일을 다시 부르려면 그 재료가 필요한데, 그 재료는 대체로 나 자신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이 갖고 있습니다.




5분짜리 다시 만들기 세 가지

이번 주에 하나씩만 해보면 어떨까요. 전부 5분 이내입니다.

첫째, 일 하나에 실험 하나 붙이기. 

이번 주 반복 업무 중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 하나만 다르게 해봅니다. 

순서를 바꾸거나, 항목 하나를 더하거나, 한 줄을 덜어내거나. 실패해도 5분어치입니다.

둘째, 한 사람에게 행동과 영향을 말하기. 

"고마워요" 대신, 무엇을 해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까지 말합니다.

한 문장이면 충분하고 메신저로 보내도 됩니다.

셋째, 내 일을 다시 부르기. 

지금 하는 일 하나를 골라, 이 일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닿는지 한 줄로 적어봅니다. 

"월말 정리"가 아니라 "현장이 판단할 때 쓰는 자료"처럼요.

다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어떤 일은 아무리 봐도 손댈 곳이 없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그런 일대로 그냥 해내면 됩니다.

 

C님,

이번 편지는 일을 사랑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일이라도 내가 손댈 수 있는 자리가 생각보다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자리를 찾으려면 내 일이 어디에 닿는지 알아야 하고,

그건 대체로 옆 사람이 알려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는 신호는 팀이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에 반복되는 일 하나를 만나면, 한 군데만 다르게 해보시겠어요.

시킨 사람이 없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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