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조직문화 뉴스레터 5호
- 17시간 전
- 3분 분량
C에게 보내는 편지
"화면 앞에서 몸이 조용히 멈추는 시간에 대하여"
C님께,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자세를 한번 봐주시겠어요.
목이 앞으로 나와 있고, 어깨는 말려 있고, 다리는 접힌 채 한참 움직이지 않았을 겁니다.
숨도 평소보다 얕을지 모릅니다.
자세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화면 앞에 앉는 순간, 몸이 자동으로 그렇게 배치됩니다.
머리는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가는데 몸은 그 시간 동안 거의 같은 상태에 멈춰 있습니다.
퇴근길에 느끼는 그 묘한 찌뿌둥함 — 격하게 움직인 적 없는데 온몸이 무겁고,
열심히 일한 것 같은데 개운하지가 않은 느낌. 저도 그게 단순히 일이 많아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조금 다른 시선을 갖게 됐습니다.

장면 1. 접속 중인 머리, 정지 중인 몸

『Body Electric』이라는 책에서 이런 질문을 봤습니다.
"당신의 생각이 바빠지기 전에, 당신의 몸은 이미 어떤 상태에 놓여 있었는가?"
디지털 업무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머리만 이야기합니다.
집중력, 번아웃, 알림 피로. 그런데 이 책은 다른 곳을 봅니다.
화면 앞에 앉아 있는 동안 몸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일들을요.
아침에 자리에 앉으면 다리의 큰 근육부터 멈춥니다.
오전에는 화면을 응시하느라 눈 깜박임이 줄어서 눈이 마르기 시작합니다.
메일을 쓰는 동안에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얕게 쉬거나 잠깐 멈춥니다.
점심 후 스마트폰을 보면 목이 더 깊이 숙여지고 어깨가 굳습니다.
1만 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 스마트폰 과사용자의 목 통증 위험이 약 2.3배 높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 세 시. 뻐근한 목, 마른 눈, 얕은 숨, 굳은 어깨, 무거운 다리.
우리가 "피곤함"이라 부르는 것의 정체는 어쩌면 몸이 너무 오래 같은 상태에 갇혀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하나만 짚겠습니다.
흔히 "자세가 나빠서 아프다"고 생각하지만,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나쁜 자세가 문제가 아니라, 오래 같은 자세가 문제라는 것. 그래서 "퇴근 후에 헬스장 갔으니 괜찮다"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정지해 있던 몸을 저녁 한 시간으로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이 제안하는 방향은 명쾌합니다.
인터넷을 끊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정지 상태를 끊는 것.
장면 2. 그래서 이 사람들은 30분마다 일어났습니다
컬럼비아대의 운동생리학자 Keith Diaz는
"얼마나 적게 움직여도 앉아 있는 시간을 상쇄할 수 있을까?"를 실험했습니다.
8시간 앉아 있으면서 30분마다, 1시간마다, 2시간마다 5분씩 걷는 조건을 비교했더니
30분마다 5분 걷기만으로 혈압이 4~5mmHg 낮아지고, 점심 후 혈당 급등이 의미 있게 줄고,
피로는 줄고 기분은 나아졌습니다.
소규모 실험실 연구이지만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다음입니다.
NPR과 컬럼비아대가 함께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2만 명 넘는 사람들이 실제 일상에서 참여했는데,
짧은 움직임 후 피로가 줄고 기분이 나아진 것은 예상 범위였고, 가장 의외였던 응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쉬었는데 오히려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일어나면 흐름이 끊길 것 같은데, 다시 앉았을 때 일이 더 잘 붙었다는 거죠.
아직 예비 결과이긴 하지만, 적어도 "일어나면 손해"라는 걱정은 근거가 약한 셈입니다.
해법이 거창하지 않다는 것. 이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발견일지 모릅니다.
혼자보다 같이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그래, 30분마다 일어나면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자리를 뜨는 게 의외로 어색합니다.
"저 사람은 왜 자꾸 돌아다니지?"라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고, 나만 쉬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한 사람이 일어나면 눈치가 보이지만, 팀이 함께 일어나면 그게 일하는 방식이 됩니다.
리더가 "잠깐 걷고 올게요"라고 말하는 순간, 자리를 비우는 일이 게으름이 아니라 리듬이 됩니다.

혼자 하는 스트레칭은 민망할 수 있어도, 회의 시작 전 1분 스트레칭은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혼자 걷는 5분은 괜히 머쓱해도, 점심 뒤 함께 걷는 5분은 팀의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는 사람들에게 더 오래 버티라고 말하는 문화가 아니라,
몸을 잠깐 깨워도 괜찮다고 허락하는 문화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5분짜리 새로고침 세 가지
이번 주, 정지 상태를 끊는 세 가지
전부 5분 이내, 운동복도 필요없습니다.
첫째, 눈의 정지 끊기.
20분에 한 번, 20초만 창밖을 봐주세요.
화면에 고정된 초점을 풀어주는 것만으로 눈의 피로가 달라집니다.

둘째, 자세의 정지 끊기.
오전 한 번, 오후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나 3분만 걸어보세요. 폰 알람 하나면 됩니다.
걷기 어려우면 서 있기, 그것도 어려우면 깊은 호흡 세 번으로 충분합니다.
셋째, 혼자의 정지 끊기.
점심 후 동료 한 명과 5분 산책. 커피보다 잠이 빨리 깹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불편하거나,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못한 날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평가가 아니라 새로고침이니까요.
C님,
이번 편지는 "운동하세요"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몸을 오래 멈추게 한다는 것, 그 멈춤을 잠깐씩 끊어주는 건 생각보다 작은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작은 일은 혼자보다 같이가 훨씬 쉽다는 것.
스크린을 보되, 몸을 잊지 말 것. 접속하되, 계속 앉아 있지 말 것. 집중하되, 숨과 눈과 목을 잊지 말 것.

이번 주 한 번, 옆 사람에게
"같이 한 바퀴 돌래요?" 한마디면 됩니다.
그 한마디가 허락이 되고, 그 허락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우리 팀의 리듬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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