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했던 한 마디는 '진심 흥미롭다' 였습니다. 그 이상을 말하기에는 제가 그만큼 이해하며 읽지는 못 했어요. 생각에, 빅뱅이론에 나오는 주인공 친구들이나 히히거리며 읽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콘택트(2017년작, 원제 Arrival)가 개봉했을 당시, 즉흥적인 결정(이 결정 칭찬해~)으로 이 영화를 본 후, 원작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에 원서를 읽어야지 했다가 다섯 장인가 읽고 살포시 내려놓았었습니다. 그리고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저희 얼쑤!의 단원이시자 4월 책 선정자이신 은영 부장님께서 이 책을 추천하셨습니다. 그래, 운명인가 보다, 하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말자 하며 번역서를 잡았지요.
이 책은 정말.. 이상하고 신기하고 어렵고 무슨 말인가 당최 알아보기도 어려워서 그만 읽을까 싶다가도, 근데 또 계속 읽고 싶게 만들고. 그래서 계속 읽어 나갔습니다. 이 책의 디테일을 충분히 소화할 정도로 똑똑하지 못한 저는 많은 부분을 까만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종이인 상태로 읽어 나갔지만 그래도 오리무중 같은 그 디테일들을 어설프게 뭉치면 그 나름대로 나오는 테두리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 정도로 이해하는 선에서도 재미가 있고 놀라워요. 제대로 픽션이고, '공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편+중편 모음집인 이 책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중편까지 읽고 나서는 지쳐서 더 이상 못 읽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결국 하루 이틀 쉬고 난 다음 마지막 이야기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까지 읽었고, 오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 또 반복하지만 '흥미로와요!'
모든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는데, 그 중에서는 확실히 영화 콘택트의 원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가 참 매혹적이고 좋았습니다. 단,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고 잘 따라갔을까 궁금하긴 했어요.
진정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고 싶다 하시면, 추천합니다. 근데 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걸 다 읽을 시간이 어딨냐 하시면, 영화 콘택트 (2017년)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단, 사운드 좋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보시길 당부드립니다. (제발료, 플리즈)
이어 '네 인생의 이야기' 한정, 시드니 이사님이 던지시는 생각해 볼 만한 질문도 붙입니다.


컨택트 개봉했을 때 친구가 보자길래 봤는데, 다 이해는 못했으나 SF의 껍데기를 쓰고(?) 인간과 시간의 본질을 논하는 영화였던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내용을 하나하나 소화하지 않았어도 계속 읽고 싶은 책이었다니 원작도 궁금해지네요.
이번달은 생각해 볼 문제도 어렵지만 떠오르는 얘기만 적어보자면, 언어는 인간이 만든 체계면서도 인간의 인식을 형성하는 체계라고 생각해요. 같은 것을 보고도 우리는 누렇다고 하는 반면 누렇다는 말을 안 쓰는 영미권 사람들은 그걸 노란 것과 구분하지 않을 듯해요. 이렇게 언어가 분류 체계나 인식에 영향을 준다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요.
시간이 선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 낯설어서 과학이라기보다는 종교적인 개념처럼 느껴지는데, 정말 종교처럼 현상을 달관하는 마음 속 지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의 원인과 결과에 너무 애태우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시간은 선형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요(이러라고 던지신 질문이 아닌 것도 같은데...).
멋진 독서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읽을 자신이 없지만T-T 공유해주신 질문들은 저도 하나 둘씩 더 생각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