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하고 확실히 읽는 재미는 있으나, 저에게는 참 힘든 책이네요.
주인공들의 어렵고 모진 삶을 글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읽고 따라가니 그게 너무 생생하게 내 피부로 느껴져서 힘들어요. 외국 소설들은 그래도 남의 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한 발 떨어져서 재미로 읽어갈 수 있으나 우리나라 소설은 내가 생활하는 이곳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니 저 같은 공감성 수치력이 높은 사람은 남의 일처럼 느끼기 참 힘드네요.
이런 독자를 보면 작가는 어떤 느낌일까요? 원하던 바일까요, 아니면 아이쿠 싶을까요.
영화도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든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책이 가진 공간과 시간의 파워을 등에 업은 세밀한 묘사를 따라가는 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암튼, 지금 읽고 있는데 힘들다는 말입니다. 재밌으면 다 읽고 '종의 기원'까지 읽겠다!는 저의 애초 계획은 접어두어야 겠어요. 7년의 밤을 빨리 다 끝내고, 뭔가 밝은 기운이 뿜뿜하는 책으로 환기를 시켜야겠어요.
4월의 책도 왠지 밝음 뿜뿜은 아닌거 같네요........
저도 외국 소설, 외국 영화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아서 이런 일이 나와도 저런 일이 나와도 충격이 덜한데 우리나라 작품은 더 감정 이입이 돼요. 한강 작가 작품이 참 궁금하지만 읽은 내용에 몰입하고 오래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힘들 수도 있다고 해서 아직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마음이 너무 불편하시면 끝까지 읽지 않으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환기해줄 밝고 재미있는 책도 얼른 찾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