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박찬일 셰프. 아무래도 본업의 영향으로 먹는 얘기가 주를 이루는 것 같지만, 제 느낌에는 친구와 지인들이 더 주인공이었어요.
그리고 65년생이 셰프님이 어렸던 70년대, 그 못살던 시절 이야기가 많습니다. 읽으면서, 그래 90년대에는 못사는 동네, 못사는 사람들 이야기도 TV에서 참 인기가 많았었지 했어요.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엄마의 바다 등... 이제는 다들 못살지 않아서 일까요. 이런 드라마들이 나오지 않네요.
이 분도 참 어렵게 살았었대요. (스포주의) 3일을 꼬박 완벽하게 굶어 본 적이 있다네요.
그런데, 이런 수필집은 한 번에 서 너편 정도 읽고, 며칠 지나서 또 몇 편 읽고, 띄엄 띄엄 읽어야 하는 걸 깨달았어요. 한 번에 후르륵 다 읽으니, 가난하고 못 먹고 힘들게 사는 얘기들이 주구장창 나오면서 '참 지지리 궁상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월에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를 읽을 때에도 재밌어서 하루 만에 읽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같은 얘기를 이렇게 책 한 권으로나 썼네'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밥 울컥 끝내고, 허송세월로 넘어갑니다~
저는 이번에 허송세월만 읽었는데 밥먹다가 울컥도 흥미진진하네요. 얼마나 지지리궁상인지 알고 싶어요! ㅎㅎ
예전에는 못 사는 동네 이야기도 TV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드라마가 없다는 것은 미처 의식하지 못한 부분인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못 사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그것을 우리의 얘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따뜻하게 보듬지 않는 세상이 된 걸까요.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겠지만 소외의 그림자는 오히려 더 짙어진 것일 수도 있겠어요. 요즘은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고 남 잘 사는 걸 재미나게 보는 세상이라서 해외나 한국이나 이미 돈 많은 재벌집 자제, 연예인이 인플루언서되기 좋은 구조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던 것도 생각나네요.
소설도 같은 작가 작품 연달아 읽으면 세부 내용은 다를지언정 설정, 이야기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똑같게 느껴져서 재미가 없더라구요. 저는 그래서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작가인데 작품 두 편 읽고 나머지는 일부러 안 읽고 봉인해 둔 작가도 있어요. 한 번에 다 읽지 않고 이 책 제 책 섞어가며 읽는 것도 괜찮은 전략 같습니다.
허송세월은 김훈 작가 책이군요. 정적이고 진지할 것 같은데, 어떤 내용과 울림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